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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포럼 2025] “AI가 등장하기 전부터…이미 인간은 AI를 흉내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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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5-06-2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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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속 시대’에 살고 있다는 느낌은 부분적으로 방향감각 상실에서 비롯된다. 많은 사람이 뭔가를 안정적으로 붙잡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 지면에 발을 단단히 디디는 감각도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공중에 떠 있는 기분이 들고, 무엇이 닥칠지 모르겠고, 방향을 잃은 느낌이 드는 거다. 이럴 때는 매 순간이 매우 빠르게 느껴진다. 이어 혼란, 심지어는 두려움이 생긴다. 왜냐하면 기준점, 닻을 잃었기 때문이다.”
샹뱌오 독일 막스플랑크 사회인류학연구소장(53)은 현대인이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 변화뿐 아니라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모든 분야의 변화를 빠르게 느끼는 원인을 이같이 분석했다. 샹 소장은 기존 담론을 자신만의 비판적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중국 출신 인문학자다. 베이징대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사회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옥스퍼드대 교수로 재직하다 2020년부터 현 소장직을 맡고 있다.
샹 소장은 AI가 대중화하기 전인 2010년대부터 인류 사회의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중요한 건 급속한 변화에도 굳건히 버틸 수 있는 개인의 기반을 튼튼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SNS나 미디어에 의존하는 삶보다 실존하는 구체적인 감각으로 친구나 이웃, 가족과 함께하는 삶 또는 일상으로 재조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샹 소장은 AI가 일반화한 현대사회에서 기존 담론과 권위에 의존하는 ‘AI 같은 글이나 연구’는 무의미하다며 교육·예술인 등의 심각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샹 소장 인터뷰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독일 할레 그의 연구실에서 진행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
- 챗GPT 등장 이후 AI 기술이 대중화됐고, 기술 발달 속도는 나날이 빨라진다. 이런 변화의 시대를 가리켜 ‘초가속 시대’로 부르기도 한다. 현재 흐름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초가속이라는 용어는 기술 변화 양상을 묘사하는 데 적확하다. 사람들의 감정·사회 심리 상태를 설명하는 데에도 적확하다. 초가속이란 우리가 사회를 어떻게 조직해야 하는지, 기술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감각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나는 이걸 ‘새로운 문화적 질서의 부재’라고 정의하려 한다. 사실 AI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단편화돼 있었다. 2016년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상하면서, 그리고 유럽에서는 그전 2010년대부터 방향감각 상실·혼란·우울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사람들이 지금 AI를 두려워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AI가 위협적으로 보이는 건 AI 자체 때문만이 아니다.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기반을 잃었고, 회복력의 기반도 잃었으며, 저항의 기반 또한 잃었기 때문이다.”
-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평가도 있다.
“속도라는 것은 상대적인 물리적 감각이다. 어떤 게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은 다른 어떤 것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것이다. 변화가 너무 빠르다고 느끼는 건, 우리가 그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와 관련이 있다. 빠르게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그것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없고, 지적으로 대응할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AI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는 담론은 대단히 많다. 나는 딱히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AI가 실제로 어떻게 진화할지 알 수 없다. 다양한 공상이나 가능성을 따지는 건 흥미롭긴 하다. 하지만 그건 인문학자가 할 일은 아니다. 내 일은 전통을 들여다보고 우리 자신의 기반을 만들고, 우리의 강점을 구축하는 것이다. AI가 어떻게 발전하든, 우리가 거기에 대응하거나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바이러스를 대하는 중의학 또는 한의학과 같다. 서양의학은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아시아 의학은 ‘바이러스가 아닌 자신에게 집중하라’고 말한다. 면역 체계를 키우고 몸의 균형을 유지해야 함을 강조한다. 물론 모든 위험을 제거할 수는 없지만, 그 위험이 우리 삶을 지배하거나 압도할 것이라는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어떻게 해야 그 ‘면역 체계’를 키울 수 있을까.
“새로운 문화 질서가 필요하다. 학자든 교육자든 예술가든, 더 다양한 작품·책·개념·기사를 만들어야 한다. AI가 우리를 지배할 것처럼 이야기하는 기사나 SNS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게끔 도와야 한다. 일상의 아름다움이나 평범한 사람들의 힘, 강인함을 구체적인 이미지와 언어로 만들어낼 사람들이 필요하다. 현재 AI가 강력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언어로 쉽게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증시를 보면, 사람들이 AI 관련 주식을 엄청나게 산다. 이건 경제적인 현상뿐 아니라 상징적 효과도 있다. 자본을 빨아들이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와, AI는 진짜 강력하구나’ 생각한다. 또 전쟁에서 AI가 무기를 강화하는 것도 미디어로 접하며 마치 자신의 삶을 아무 의미 없는 깃털이나 나뭇잎처럼 느낀다. 그런데 작은 나뭇잎에도 아름다움은 있다. 그걸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있어야 하고, 감수성을 길러야 한다. 이게 바로 교육자, 예술가, 학자의 역할이다. 개인 차원에서도 땅에 발을 딛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 젊은 세대는 삶에 대한 구체적 감각이 없다. 모든 것이 배달돼 음식은 어디서 오는지, 물은 어디서 오는지 모르고 산다. 그리고 SNS를 보면 여기저기서 사건이 벌어지고 감정이 들끓는다. 젊은 세대를 보고 ‘응석받이’ ‘딸기 세대’라고 비꼬기도 하지만 그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들은 삶의 구체적인 기반을 갖지 못했다. 구체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친구나 이웃, 가족에게 비극적 일이 생기면 이야기를 통해 공감하고 함께 슬퍼하고 극복해가는 식으로. 사람이 어려움을 감당하는 능력은 대단하다. 내가 말하는 삶의 면역력은 이런 것들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학자와 기자, 예술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들은 주의를 환기해 사람들이 자기 삶을 다시 조직하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 SNS를 언급했는데, AI 기술이 발달하면 SNS 영향력이 더 커질까.
“사람들이 삶을 상상하는 방식이 너무 획일화됐다. 역설적이다. 정치적으로는 분열·양극화돼 있지만, SNS 때문에 모두가 똑같은 관점을 공유한다. 그 관점은 추상적이고 공중에 떠 있어 누군가에게 쉽게 지배되고, 조작될 수 있다. 인플루언서들이 ‘AI가 무섭다’고 하면, 나도 AI가 무섭다고 느끼는 거다. 흔히 AI가 인간을 흉내 낸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 반대라 생각한다. AI가 등장하기 전부터 인간은 이미 AI를 흉내 내고 있었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자기 목소리로 글을 쓰지 않는다. 권위 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낸다. 그 권위 있는 목소리는 보통 사회가 좋다고 여기는, 힘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규범이다. 하지만 AI가 등장하면서 AI는 우리에게 ‘너희들 굳이 그렇게 쓸 필요 없어, 내가 대신 써줄게’ ‘너희도 어차피 AI처럼 쓰잖아’라고 말하고 있다. 이건 인간이, 특히 예술가나 연구자들이 자신만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다. 남의 목소리로 말하는 데 익숙해졌고, 그렇게 하면 칭찬을 받았다. 반면 자기 목소리로 말하면 표현하기도 어렵고, 조롱당하거나 비판받을 수 있어 불안함을 느낀다. 이제는 AI가 그 모든 ‘남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시대라 기존 방식으로 말하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이 문제를 직면해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이건 철학자와 학자들이 도와야 하는 부분이다. 자기 목소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힘 있게 표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 AI가 촉발한 현대사회 양상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상실’을 택하겠다. 숲에서 길을 잃은 듯한, 그런 상실감. 많은 사람이 지금 방향을 잃었다고 느낀다. 길을 잃었기 때문에 AI가 더욱 큰 존재처럼 보인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지금이야말로,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다시 길을 찾아야 할 때다. AI와 싸울 것인가, AI를 받아들일 것인가. 긴 인류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가족·사회·복지란 무엇인가’ ‘경제는 어떻게 조직돼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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