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용납하지 않아야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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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5-06-20 16:47본문
고용노동부 담당 기자들에게는 중대재해 사망을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온다. 13일에도 퇴근 시간쯤 문자메시지가 울렸다. 낮 12시35분쯤 경북 봉화군 한 기업에서 일하던 1963년생 노동자가 굴착기로 작업하던 중 슬러지 침전물이 무너지며 굴착기와 함께 매몰돼 사망했다는 내용이다. 사고 장면을 상상하곤 끔찍하단 생각을 했지만 잠시였다. 사고 내용 설명 뒤에는 늘 같은 내용이 붙는다. 노동부 포항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와 영주지청 산재예방지도과가 즉시 사고 조사에 착수했고 부분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는 등 엄중 조치를 했다는 문장이다. 얼마나 엄중 조치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퇴근하기 위해 가방을 쌌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사망한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지만 여전히 매일 일터에서 사람이 죽고 있다. 노동부 메시지를 받고 있으면 산재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리는 시스템만으로 정부도, 국회도, 기업들도, 언론도 ‘면피’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매일 알림을 받다 보니 죽음에도 익숙해지고 있는 것 아닐까.
위험이 제거되기는커녕 더욱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려 SPC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죽음이 이어졌다. 지난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상반신이 기계에 끼여 숨졌고, 지난 2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소속 김충현씨가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2022년 평택 SPL 제빵공장, 2023년 성남 샤니공장에 이어 SPC그룹에서 발생한 ‘끼임’ 사망 사고는 이번이 3번째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선 김용균씨 사망 이후 6년여 만에 다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두 사람이 사망했지만 SPC그룹은 12시간 주야 맞교대가 반복돼 집중력 저하 등 위험이 있다고 지적됐던 ‘2조 2교대’ 시스템을 바꾸지 않았고, 생산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기계에 문제가 있어도 멈출 수 없는 SPC의 현장 분위기는 그대로였다. 발전소의 다단계 하청구조, 1인 근무 시스템도 변하지 않았다. 위험한 부분에 노동자가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방호울은 이번에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
장례식장 안내 공지 속 사진에서 SPC 여성 노동자는 웃고 있었다. 김충현씨가 2016년 발전소에 입사할 당시 사진에도 미소가 보인다. 그들이 위험할 때 비상정지 버튼만 눌러줄 수 있는 동료가 옆에 있었다면 여전히 우리 곁에서 웃고 있지 않을까. 김씨가 다뤘던 선반 기계에는 손으로 누를 수 있는 비상정지장치와 발로 멈출 수 있는 풋브레이크가 있었지만 그것을 눌러줄 동료가 없었다.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위험은 아래로 흐르지만 이윤은 끝도 없이 위로 오르기 때문이다.
‘고 김충현 사망사고 대책위’는 김씨가 김용균씨 사망 이후 조합원들과 투쟁하던 현장에 있었던 사진을 발견했다. 발전소 비정규직들의 노동 환경을 바꿔야 죽지 않을 수 있다고 외쳤던 그는 6년여 후 같은 이유로 죽게 될지 몰랐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충현씨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SNS에 “일하다 죽는 나라,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썼다. 집회 현장 뒷줄에서 구호를 외치는 김충현씨의 작은 얼굴을 다시는 이렇게 발견하지 않아야 한다. 더 이상 용납하지 않아야, 무뎌지지 않아야 바꿀 수 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사망한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지만 여전히 매일 일터에서 사람이 죽고 있다. 노동부 메시지를 받고 있으면 산재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리는 시스템만으로 정부도, 국회도, 기업들도, 언론도 ‘면피’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매일 알림을 받다 보니 죽음에도 익숙해지고 있는 것 아닐까.
위험이 제거되기는커녕 더욱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려 SPC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죽음이 이어졌다. 지난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상반신이 기계에 끼여 숨졌고, 지난 2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소속 김충현씨가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2022년 평택 SPL 제빵공장, 2023년 성남 샤니공장에 이어 SPC그룹에서 발생한 ‘끼임’ 사망 사고는 이번이 3번째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선 김용균씨 사망 이후 6년여 만에 다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두 사람이 사망했지만 SPC그룹은 12시간 주야 맞교대가 반복돼 집중력 저하 등 위험이 있다고 지적됐던 ‘2조 2교대’ 시스템을 바꾸지 않았고, 생산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기계에 문제가 있어도 멈출 수 없는 SPC의 현장 분위기는 그대로였다. 발전소의 다단계 하청구조, 1인 근무 시스템도 변하지 않았다. 위험한 부분에 노동자가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방호울은 이번에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
장례식장 안내 공지 속 사진에서 SPC 여성 노동자는 웃고 있었다. 김충현씨가 2016년 발전소에 입사할 당시 사진에도 미소가 보인다. 그들이 위험할 때 비상정지 버튼만 눌러줄 수 있는 동료가 옆에 있었다면 여전히 우리 곁에서 웃고 있지 않을까. 김씨가 다뤘던 선반 기계에는 손으로 누를 수 있는 비상정지장치와 발로 멈출 수 있는 풋브레이크가 있었지만 그것을 눌러줄 동료가 없었다.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위험은 아래로 흐르지만 이윤은 끝도 없이 위로 오르기 때문이다.
‘고 김충현 사망사고 대책위’는 김씨가 김용균씨 사망 이후 조합원들과 투쟁하던 현장에 있었던 사진을 발견했다. 발전소 비정규직들의 노동 환경을 바꿔야 죽지 않을 수 있다고 외쳤던 그는 6년여 후 같은 이유로 죽게 될지 몰랐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충현씨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SNS에 “일하다 죽는 나라,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썼다. 집회 현장 뒷줄에서 구호를 외치는 김충현씨의 작은 얼굴을 다시는 이렇게 발견하지 않아야 한다. 더 이상 용납하지 않아야, 무뎌지지 않아야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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