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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대법관 증원,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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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06-19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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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추진 중인 대법관 증원 법안에 대해 대법원이 공론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이슈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현재 대법원이 상고심으로서 가지는 문제로는 우선 사건 적체가 있다. 해결책으로 논의되는 것은 대법원 외 별도의 상고법원 설치, 상고허가제 채택, 대법관 증원 등이다. 그중 상고법원 설치안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추진하려다 사법농단 사건이라는 불상사를 일으켜 때가 묻어 있고, 상고허가제는 과거 비슷한 제도를 운용했다가 불만의 대상이 되어 폐지된 전력이 있어 채택하기 어렵다. 상식적으로 보아 일이 넘치면 일을 처리할 인력을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가.
대법관 증원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로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사건 적체의 해소다. 증원이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이지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은 틀림없을 터다. 그다음으로는 증원이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대립하는 수많은 이해관계로 인한 분쟁을 해결하는 장인 법정에서는, 공평의 원칙 아래 적정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의 권리 보호도 놓쳐선 안 된다. 재판 제도가 꾀하는 가치의 적정한 배분은 산술적 균형만으로 이루기 어렵다.
2022년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그 후보자가 사실심 판사 재직 시 800원을 횡령한 버스 기사에 대한 징계해고 사건에서 내린 판결을 두고, 이탄희 의원은 “근래에 본 가장 비정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그 판결은 단순히 판사 개인의 판단 착오로 나온 게 아니다. 사회학에서 말하는 내집단 편향(ingroup bias)이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사건의 당사자가 속한 계층이 자신의 것과 다를 때 그들에게 요구하는 규범의 강도가 높아야 한다고 인식하는 편향이 일부 판사들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고치라고 말로 해서 될 일이 아니다. 특히 대법원의 경우 대법관의 성별, 학력, 경력, 재산, 개인사와 직업적 성취 등에서의 다양성은 대법원이 대다수 국민이 바라는 바에 가깝게 기능하게 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다. 증원으로 업무 처리에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사람이 많아져야 다양한 시각의 의견이 나오고 이를 기초로 합리적인 결론을 얻지 않겠는가.
증원 이야기만 나오면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전합)의 적정한 운용을 위해서는 증원이 곤란하다며 반대한다. 판결을 내리기 위한 합의는 단순히 찬반을 가리는 일이 아니라 정교한 논의와 법리 조율이 요구되는데, 대법관 수가 늘어나면 토론 시간이 길어지고 효율적인 소통이 어려워 합의의 난도가 높아지고 결국 결정의 질이 낮아질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다.
전합에 참여해 본 사람이 대법관뿐이라는 사정 때문인지 이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반론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전합이 신성불가침의 제도는 아니다. 전합 판결을 내리는 일이 중요하기는 해도, 이것이 대법원의 전체 업무 중 차지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대법원이 처리한 민사·가사·행정·형사 사건은 2022년 6만3857건, 2023년 5만6259건인데 그중 전합 판결이 나온 것은 각각 16건, 9건이고 2024년은 13건이다. 더욱이 대법원 판결의 결론은 크게 보아 상고 기각과 원심판결 파기 중 하나이므로, 결국은 어느 결론에 대한 찬반을 가리는 것이 합의의 주요한 내용일 수밖에 없다. 다양한 결론이 나올 수 있는 여타의 회의체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결론이 단순하다는 것이다.
법안에서 구상하는 대법관 수는 30명으로 현재 인원의 두 배 정도인데, 그 경우 지금까지 보아온 전합 판결보다 논의가 복잡해지는 정도가 극심해서 운용에 큰 문제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정말로 다양한 의견의 반영과 균형을 생각한다면 인원수가 많은 것이 좋을 수도 있다. 문제는 운영의 묘일 것이다. 상고심 법관의 수가 90명 내지 130명 정도에 이르는 프랑스나 독일의 예처럼, 중요 사건 처리나 법령 해석의 통일이 필요하면 민사, 형사, 행정 등 전문 분야별로 통일합의부를 만들어 현재의 전합처럼 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 법안이 여당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반대한다. 그러나 이왕 일이 이렇게 된 상황에서는 전합의 적정한 운용이라는 이익보다 사건 적체의 해소 및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이익이 중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상고심의 적정 운영을 위해서는 판사의 증원 등 하급심 강화가 병행되어야 마땅하다. 대법관 증원과 아울러 이 문제에 대한 국회의 획기적인 인식 전환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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